안녕하세요 실타캣입니다. 오늘은 10일간 라이딩 훈련을 한 결과를 정리해서 보고하는 내용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본격적인 장거리 라이딩을 나가기 전에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이 필요해서 암사고개가 포함된 코스를 우선 10일간 달리기로 했습니다. 이미 10일간의 라이딩은 끝났고 오늘 포스팅은 그 결과를 기록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자전거에 입문한 지 올해가 2년 차입니다. 자전거 즐겨 타는 분들이 '초기화'라는 것을 겪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제가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초기화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동안 운동량이 떨어져서 자전거를 타는 수행 능력이 자전거를 타기 전의 수준으로 내려가 버리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겨울에는 자전거를 타기에 쉽지 않은 조건들이 많다 보니 잘 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퍼포먼스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머슬메모리는 그 회복력이 매우 강해서 제대로 다시 훈련하면 본래의 퍼포먼스를 되돌리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초보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전에 쌓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되돌릴 것도 별로 없습니다.
제 라이딩 스타일은 생활 자전거를 느긋하게 타는 것입니다. 경쟁 종목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좀 멀리 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화가 로드바이크를 짐승처럼 타는 분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범주가 조금 넓혀보면 여러 가지 의미의 초기화가 존재합니다. 저 같은 초보자도 몸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안장통입니다. 자전거를 오래 쉬다가 다시 타려니 몸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오래 탈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작년에는 하루 16시간도 앉아 있던 안장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앉아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자전거의 상태입니다. 오래 방치해둔 것은 제 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전거에 녹이 일어난 부분도 있었고 다시 타려니 매우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브레이크도 밀리는 현상이 있었고 윤활이 안 되어있어서 전에 없던 소음도 생기더군요.
세 번째는 심리적 문제입니다. 몸은 운동을 멈추고 있었지만 제 기억은 여전히 저를 정서진이나 춘천을 왕복하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생기더군요. 조바심도 생기고 좌절감이나 허무함도 좀 생기다 보니 라이딩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열심히 타서 이전 시즌 한창때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몸을 만드는 것밖에 없어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기간은 8월 20일에서 10월 4일까지 46일간이었습니다. 10회 라이딩을 하는 데 46일이나 걸린 이유는 중간중간 장거리 라이딩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33km 훈련을 5회 정도 하고 나니 조금 적응이 된 듯해서 운동을 10회 채우는 동안 100km 라이딩을 5번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10km 걷기 운동을 하는 날도 있다 보니 무릎관절 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매일 타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3일에 한 번은 자전거를 탄 셈이 되었고 그 3번 중 1번은 70~100km를 달리는 중장거리 라이딩이었습니다. 실제로 운동을 위한 라이딩 10회 동안 달린 거리보다 5번 장거리를 달린 거리가 길었습니다.
매번 같은 코스를 달리기 때문에 퍼포먼스 증가를 확인하기는 쉬웠습니다. 속도계나 파워 미터를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평속만 확인해도 10일간 퍼포먼스가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꾸준히 오른 것은 아니고 10일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그래도 점차 높아지는 우상향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속은 3.5km/h가 올랐습니다.
훈련라이딩이라고 실험하듯 특별히 같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휴식하는 장소를 똑같이 정하지도 않았고 라이딩 중 힘들면 그냥 쉬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코스의 타임어택보다는 언덕을 오르면서 심폐지구력과 근력을 키우자는 취지의 운동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코스 소요시간은 처음 2시간 걸리던 것이 20분 정도 줄어서 마지막 라이딩은 1시간 43분에 끝냈습니다.
안장통도 3일에 한 번은 최소한 2시간 동안 자전거에 앉다 보니 금방 사라졌습니다. 다만 핸들 바의 높이나 시트 포스트의 길이, 그리고 안장 각도는 작년과는 약간 다르게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한 것 같습니다. 아직 잔뜩 숙인 자세의 라이딩은 불편함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훈련기간 동안 공구 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씩 불편한 점을 조정하며 탔습니다. 이 부분도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물론 훈련 때 이용한 자전거가 장거리 라이딩에 탈 자전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정비나 조정을 자연스럽게 끝내게 되었습니다.
아마 10일간 운동한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자전거 타러 나서는 일이 적었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의무감은 가지지만 길지 않은 거리를 부담 없이 달리다 보니 오히려 자전거 타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5회차를 끝내고는 금방 장거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훈련라이딩 8회차까지 진행하고 하남시계에서 김포시계까지 100km 라이딩을 나갔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회복은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그 이후로 바로 훈련라이딩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10일간의 훈련라이딩이 끝나고 현재는 탄천 공원탐방 라이딩으로 자연스럽게 자전거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코스를 주기적으로 달리는 것은 지루할 수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다면 지루함이 편안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미 익숙한 코스는 주행 중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퍼포먼스 상승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코스 전체를 숙지하고 있으면 무리 없이 부드러운 힘의 배분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잠든 몸을 깨운 덕분에 요즘은 점점 주행거리를 늘려가면서 처음 가보는 탄천의 공원들을 탐방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마일리지가 적은 편입니다. 작년만큼 타려면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추워질 때까지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초기화는 겨울 때문에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흥미를 잃어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타는 것입니다. 그리고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즐겁게 재미있게 타야겠지요. 여러분들도 자전거를 타지 않은 공백이 있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고 조금은 모자라게 자주 타시면 즐거운 자전거 생활로 연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서울시와 하남시 경계의 자전거길 코스를 10일간 달리면서 생긴 변화를 중심으로 초기화에 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다들 초기화 스트레스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연착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작게나마 참고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올해, 또는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과 라이딩 코스에 대해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뵙지요.
지금까지 실타캣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